역사란 무엇인가?
E.H Carr 발췌
‘역사란 무엇인가’
1.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2. 사회와 개인
3.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4.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5. 진보로서의 역사
6. 지평선의 확대
5. 진보로서의 역사
역사는 지상에서의 인간 세계의 완성이라는 목적을 향해 진보하는 것으로 변했다. 액턴은 ‘역사를 진보적인 학문이라 불렀다. ’우리는 인간세계에서의 진보를 역사 서술의 근거가 될 과학적인 가설로 전제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난 세기 진보라는 가설은 논박 당해 왔다.
진보라는 개념에 대해 Carr는,
1. 진보와 진화는 구분되어야 한다.
진화의 원천인 생물학적인 유전을 역사에서의 진보의 원천인 사회적인 획득과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란 획득된 기술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진보라고 할 수 있다.
2. 진보에는 일정한 출발점이나 종점이 없다.
우리는 진보가-또는 문명이-언제 시작되었는지의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또한 진보에 일정한 종점이 있따는 가설도 심각한 오해이다. 역사의 종점을 가정하는 것은 역사가보다는 신학자에게나 어울릴 법한 종말론의 냄새를 풍긴다. 액턴은 사건의 경과로서의 역사를 자유를 향한 진보로 인식했고 사건의 기록으로서의 역사를 자유의 이해를 향한 진보로 인식했다. 역사가의 경우에 진보의 목적은 이미 진화된 것일 수 없다. 그것은 여전히 한없이 먼 곳에 있는 어떤 것이다.
3. 진보의 시기뿐만 아니라 퇴보의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느 한 집단에게는 쇠퇴의 시기로 간주되는 것이 다른 집단에게는 새로운 전진의 시기로 생각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진보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고 동시적인 진보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진보라는 가설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길은 중단되기도 한다는 조건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4. 역사적 행위의 측면에서의 진보의 본질적은 내용은 무엇인가?
역사에서의 진보는 자연에서의 진화와 달리 획득된 자산의 전승에 의존한다. 허나 20세기에 들어와 우리의 사회상태에서,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진화는 기술의 진보에 비해서 뒤처져버린 것은 아닌가? 하지만 역사에는 수많은 전환점들이 있었고 어느 집단, 지도자, 주도권 등은 다른 집단이나 지역으로 이동해 왔다. 우리 또한 지금 이와 같은 시대를 지나고 있다. 우리의 능력이 감쇠되거나 도덕적 자질이 쇠퇴한 것이 아니다.
<역사에서의 객관성>
어떤 역사가가 객관적이라고 말할 때는,
1. 그 역사가에게 사회와 역사 속에서 자신의 위치로 인해 제한되어 있는 시야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
2. 그 역사가에게는 자신의 시야를 미래에 투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위치에 속박된 사고 방식을 가진 역사가들보다 과거를 더 심원하고 지속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능력.
즉, 과거를 다루는 역사가는 미래의 이해에 다가설 때에만 객관성에 접근할 수 있다.
역사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해석, 선택, 목표들이 출현함에 발전한다. 예전의 해석은 거부되는 것이 아니지만 새로운 해석에 포함되며 대체된다. 역사학은 그 자체가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들의 어떤 경로에 대해 끊임없이 확장되고 깊어지는 통찰력을 제공하려고 한다는 의미에서 하나의 진보적인 학문이다.
<사실과 가치의 이분법>
사실과 가치를 부당하게 대립시키거나 부당하게 분리시키지 말아야 한다. 역사에서 진보는 사실과 가치의 상호의존과 상호작용을 통해 성취된다. 객관적인 역사가는 이러한 상호과정을 가장 깊이 통찰하는 역사가다.
정적인 세계에서라면 사실과 가치의 구별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정적인 세계에서 무의미하다. 역사는 그 본질상 변화이며 운동이며 진보이다. 우리가 어딘가로부터 왔다는 믿음은 우리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믿음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6. 지평선의 확대
역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정이며 역사가도 그 과정 안에서 움직여 나간다. 사람들이 시간의 경과를 자연적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의식적으로 연루되고 의식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특정한 사건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할 때 역사는 시작된다. 부르크하루트는 '역사는 의식의 각성에서 비롯된 자연과의 이별'이라 하였다.
18세기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 보자. 마르크스는 역사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일관된 합리적인 전체를 구성하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를 의미한다.
1. 객관적이고 주로 경제적인 법칙에 일치하는 사건의 운동
2. 그것에 조응하며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사유의 발전
3. 그것에 조응하며 혁명의 이론과 실천을 일치시키고 결합시키는 계급 투쟁 형태의 행동
이와 같이 마르크스는 지금까지 인간이 의식하지 못한 채 복종해온 법칙들에 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또한 프로이트는 이성에 새로운 차원을 덧붙여준 위대한 사상가이다. 인간을 사회적 실재가 아니라 생물학적 실재로 보보았다. 사회적 환경은 인간 자신에 의해 창조되고 변형되는 과정이 아닌 역사적으로 주어진 어떤 것으로 간주했다.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는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카는 지금은 자기의식의 시대이다. 역사가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 수 있고 알아야만 한다고 한다.
경제학에서 1930년대 이전까지는 객관적인 ‘법칙’에 의해 인간과 국가가 지배받았으나 1930년대 이후로는 아무도 이러한 의미에서 경제법칙을 믿지 않는다. 객관적인 경제법칙에 대한 신념에서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통해 자신의 경제적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졌다.
카는 이성의 적용에서의 발전, 자기 자신과 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지배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의 증대를 나타내는 것을 진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교육분야에서도 인간은 합리적인 과정을 적용함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들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식이 고양되었다.
20세기 혁명에 있어서 이성의 확대는 지금까지 역사 외부에 있던 집단, 인민, 대륙이 역사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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