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H(Edward Hallett)Carr(이하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1960년, 그의 여섯 차례 강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사회와 개인,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진보로서의 역사, 지평선의 확대이다.
카는 빅토리아 시대의 끝 무렵인 1892년 출생하여 그가 살아온 20세기 전반기에 제1차 세계대전과 제 2차 세계 대전을 비롯하여 역사적으로 중요한 수많은 사건들을 겪었다. 그러한 인류 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시기를 살아온 증인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서구의 엘리트 지식인들의 지배적인 경향과 그들이 잘못 든 길, 당시의 회의주의를 비판하며 미래에 대한 보다 건전하고 균형 잡힌 전망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 왔다.
첫 번째 강연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에서는 19세기의 사실을 숭배하는 시대에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은 그것을 서술하는 역사가의 선택, 경험, 결정, 판단 등에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역사가가 역사를 연구하는 동안 사실의 해석, 사실의 선택 및 정돈은 여러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를 겪는다. 이러한 상호작용에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상호작용도 포함된다. 역사가는 현재의 일부이고 사실은 과거에 속한다.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대명제를 세운다.
두 번째 강연 ‘사회와 개인’에서는 사회와 개인은 분리될 수 없다고 한다. 역사가들은 어느 정도까지 단일한 개인이며 어느 정도까지 사회와 시대의 산물인가? 역사의 사실 또한 어느 정도까지 개인들에 관한 사실이며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 사실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역사가는 개인이면서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바로 이 두 가지의 관점에서 역사가를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과거는 현재에 비추어질 때에만 이해될 수 있다.
세 번째 강연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에서는 ‘과학’의 범주에 역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역사는 자연과학에서 직면하는 어려움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은 포함되어 있지만 사회과학자, 역사가, 자연과학자의 목표와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또한 역사는 과학과는 달리 종교와 도덕의 문제를 포함하기에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 역사와 도덕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역사가는 재판관이 아니다. 개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사건이나 제도나 정책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역사가의 중요한 판단이라고 한다.
네 번째 강연, 역사에서의 인과관계에서는 역사 연구는 원인에 관한 연구이며 역사가와 원인의 관계는 역사가와 그 사실 관계와 똑같이 이중적이고 상호적인 성격을 가진다하였다. 역사에서 우연은 현실적인 원인으로 느끼기 어렵다. 우리는 합리적인 원인과 우연적인 원인을 구별한다. 우연적인 원인은 일반화 될 수 없다. 우리가 역사에서 인과 관계를 다루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가치 판단을 포함한다. 역사에서의 해석은 언제나 가치 판단과 밀접하게 연관되며 인과관계는 해석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다섯 번째 강연, 진보로서의 역사이다. 역사에서의 진보는 자연에서의 진화와 달리 획득된 자산의 전승에 의존한다. 역사학은 그 자체가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들의 어떤 경로에 대해 끊임없이 확장되고 싶어지는 통찰력을 제공하려고 한다는 의미에서 하나의 진보적인 학문이다.
마지막 강연, 지평선의 확대에서는 역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정이며, 역사가도 그 과정 안에서 움직여 나간다고 한다. 지금은 자기의식의 시대이다. 역사가는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알 수 있고 알아야만 한다. 1930년대 이후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통해 자신의 경제적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졌다. 이성의 적용에서의 발전, 자기 자신과 자신의 환경을 이해하고 지배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의 증대를 나타내는 것을 진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20세기 혁명에 있어 이성의 확대는 지금까지 역사 외부에 있던 집단, 인민, 대륙이 역사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의 내용이 그가 처음에 제시한 대명제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에 부합하며 보다 건전하고 보다 균형 잡힌 미래의 전망‘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역사가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여러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카는 20세기 전반기의 격동의 세계를 살아 왔다. 그가 ’진보에서의 역사‘ 강연에서 진보의 시기뿐만 아니라 퇴보의 시기도 분명히 존재한다하였다. 또, 퇴보 이후의 전진이 똑같은 지점에서 똑같은 길을 따라서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없다. 어느 한 시대의 문명을 전진시키는 일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집단은 다음 시대에도 똑같은 역할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즉, 어느 한 집단에게는 쇠퇴의 시기로 간주되는 것이 다른 집단에게는 새로운 전진의 시작으로 생각될 수 있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을 겪는 격동의 시기를 살았다면 나또한 21세기의 격동의 세계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급격한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달, 그로 인해 생겨난 무수한 부작용들 속에서 말이다. 역사 속에서 쇠퇴와 몰락은 반복한다 하였다. 혼란 속의 세계에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그가 준 메시지들이 와 닿았다.
카는 1960년대에 기존의 엘리트 집단과 연구들을 강렬히 비판했다. 출간 이후 많은 공격을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21세기의 이 책을 보는 나는 근본적인 질문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새로운 전망과 관점을 제시하는 좋은 지표를 제시해 줬다고 본다. 당장 내게 ‘역사란 무엇인가?’ 라고 질문을 한다면 한마디로 표현해 내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과거를 통해 균형 잡힌 미래의 전망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과거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다. 제발 과거에 연연하는 것으로 왜곡하지 않길. 역사는 반복된다. 역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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