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E.H Carr 발췌
‘역사란 무엇인가’
1.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2. 사회와 개인
3.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4.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5. 진보로서의 역사
6. 지평선의 확대
3.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
제 3장 ‘역사, 과학 그리고 도덕’에서는 역사는 ‘과학(Science)’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물론 자연과학과들이 직면하는 어려움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는 사회과학자, 역사가, 자연과학자의 목표와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 한다.
과학에서 '법칙'이라는 개념에 대해, 18세기와 19세기 과학자들은 자연에 관한 여러 법칙들이 발견되어 명확하게 확립되었다고 생각했다. 사회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똑같은 용어를 사용했다. 버클은 인간사의 행로에는 ‘보편적이고 일관된 규칙성이라는 영광스러운 원리가 스며들어 있다.’는 확신을 표명했다.
앙리 푸앵카레는 ‘과학자들이 제출한 일반 명제들은 그것들이 단순한 정의이거나 또 다른 형태의 용어 사용에 관한 규칙이 아닌 한, 사유의 진전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가설이다. 따라서 증명과 수정과 반론을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연구 과정에서 역사가가 이용하는 가설의 지위는 과학자가 이용하는 가설의 지위와 대단히 유사한 듯이 보인다고 카는 주장한다. 역사와 과학은 다르다는 다섯 가지의 논점에 대해 카는 하나씩 반박한다.
1. 역사는 오로지 특수한 것만을 다루며 과학은 일반적인 것을 다룬다.
홉스는 '이 세계에는 이름 이외에 보편적인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데 왜냐하면 이름 붙여진 것들은 모두 그 하나하나가 개별적이고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이것은 자연과학에 관해서 진리이다. 똑같은 지층, 종, 동물, 원자란 존재하지 않듯 같은 두 개의 역사적 사건이란 없다. 또 역사에서 일반화가 영향을 미치는데 역사는 특수한 것과 일반적인 것의 관계를 다룬다.
2. 역사는 교훈을 가르치지 않는다.
인간이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경험만큼 일반적인 것은 없다.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다.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또한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의 기능은 과거와 현재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진전시키는 데에 있다’고 앞서 제시한 명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3. 역사는 예언할 수 없다.
과학의 법칙은 구체적인 경우에 무엇이 발생할 것인가에 예언할 수 없을 것이다. 콩트는 ‘과학에서 예건이 나오고 예견에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고 하였다.
역사에서의 예언은 일반적이 것과 특수한 것, 보편적인 것과 유일한 것을 구별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역사가는 일반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비록 특정한 예언은 아니더라도 미래의 행동에 대한 타당하고도 유용한 일반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예언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일반화에 근거하는 것이며 타당하고도 유용한 행동의 지침이 된다.
4. 역사는 인간이 인간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주관적이다.
관찰자와 관찰되는 것 사이의, 사회과학자와 그의 자류 사이의, 역사가와 그의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이 지속적이며 끊임없이 변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역사와 사회과학의 남다른 특징으로 생각된다. 카는 과학의 불확실성 또는 불확정에서 역사의 예언능력과의 의미 있는 유사성을 찾으려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대 물리학에서 공간상의 거리와 시간의 흐름을 재는 척도가 관찰자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것처럼 어떤 고정적인 관계를 확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원래부터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회 과학 전체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객체인, 검사자이면서 동시에 검사대상인 인관과 관계하므로 주체와 객체의 엄격한 분리를 선언하는 어떤 인식론과도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5. 역사는 과학과는 달리 종교와 도덕의 문제를 포함한다.
역사는 종교와 도덕의 문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과학일반과는 구별되며 다른 사회 과학과도 구별된다는 견해이다. 역사가는 신의 힘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와 도덕의 관계는 복잡하다. 역사가는 자기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의 사생활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늘날 거의 불필요하다.
<스텁스: 역사가는 재판관이 아니며 더구나 교수형을 내리기 좋아하는 재판관은 아니다.>
역사가는 개인에 대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사건이나 제도나 정책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그런 판단이 역사가의 중요한 판단이다. 역사적 행위를 단단하게 해 줄 수 있는 추상적이고 초역사적인 기준을 세우는 일은 불가능하다. 틀림없이 양쪽 모두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역사적 조건과 열망에 알맞은 특정한 내용을 그 같은 기준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신념과 우리가 설정하는 판단의 기준은 역사의 일부이며 인간 행위의 모든 다른 측면들과 똑같이 역사적 탐구의 대상이 된다. 오늘날 완전한 자립성을 주장할 수 있는 학문은 거의 없다.
물론 카도 언급하였듯이 히틀러나, 스탈린과 같은 인물들이 당시 카와 동시대인이었으며 그들의 행위로부터 고통을 받은 수십만 명이 아직도 살아 있기 때문에 역사가의 자격으로 그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어렵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정당화시켜줄 다른 자격들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역사가인 그는 주요한 곤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4.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역사 연구는 원인에 관한 연구이다. 바로 앞 강연 끝머리에서 카는 역사가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하였다.
그는 결정론에 대해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들이 달라질 것이 없었다면 그 사건은 다른 식으로는 발생할 수 없었을 거라고 정의한다. 또한 역사에서 필연적이란 없으며 역사란 전체적으로 우연의 계속, 우연의 일치에 의해 결정되고 가장 뜻밖의 원인에서만 유래하는 사건들의 연속이라는 이론을 언급한다. 그러나 우연으로 보는 이론에 대해 불만족스러움을 표시한다.
역사가와 그의 원인의 관계는 역사가와 그의 사실의 관계와 똑같이 이중적이고 상호적인 성격을 가진다. 원인은 역사 과정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을 결정하며 그의 해석은 원인의 선택과 배열을 결정한다.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어느 일련의 원인들 혹은 또 다른 일련의 원인들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가려내는 것이 역사가의 해석의 본질이다. 이것은 역사에서의 우연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역사란 역사적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과정이다. 탤컷 파슨스는 역사는 실체에 대한 인식적 지향들의 선택체계일 뿐만 아니라 인과적 지향들의 선택체계이다. 무수한 인과적 전후관계들 중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을, 오직 그런 것만을 추출해낸다. 그 전후관계를 역사가 자신의 합리적인 설명과 해석의 패턴에 합치시키는 것이 역사가의 능력이다. 그 밖의 다른 인과적 전후관계들은 우연적인 것으로 배제되어야 한다.
하나의 예로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존스는 컴컴한 길모퉁이에서 로빈슨의 차에 치여 죽었는데 로빈스의 차는 브레이크에 결함이 있었고 로빈슨은 마침 길모퉁에 있는 가게에서 담배를 사기 위해 길을 건너던 중이었다. 여기에서 사건의 원인은 운전자가 술에 취했기 때문에?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로의 모퉁이가 컴컴했기 때문에 죽었다는 현실적인 원인은 사리에 맞는다고 보겠지만 로빈슨이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해서 죽었다고는 보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사건에서 어떠한 우연은 현실적인 원인으로 느끼기 어렵다. 헤겔의 '합리적인 것은 현실적인 것이고 현실적인 것은 합리적인 것'이라는 격언이 있다. 역사에서의 원인에 대해 우리는 합리적인 원인과 우연적인 원인을 구별한다. 우연적인 원인은 일반화 될 수 없다. 우리가 역사에서 인과관계를 다루는 데에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포함한다. 역사에서의 해석은 언제나 가치판단과 밀접하게 연관되며 인과관계는 해석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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