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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Ireland 아일랜드

아일랜드 더블린 Dublin, 영화 원스(once)의 그라프톤 거리, Grafton street.

 

 

영화 원스의 그라프톤 스트릿(Grafton street)

 

영화 원스를 처음 봤을 때 시작부터 조금 이상한 영화였다. 아무리 독립영화라 한들 초점이 잘 맞지 않는 데다 화면이 흔들리는가 하면 영상도 캠코더로 대충 찍은 것 같이 깨끗하지 못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깊이 울려 퍼지는 이 영화 음악이 귀를 사로잡아 끝까지 봤던 영화다. 내가 가지고 있던 파일이 잘못된 파일인가도 생각도 했지만, 사실 원스는 원래 그런 영화였던 것이다. 굉장히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만 분명 어떤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 흔들림 속에서도 전하고자 하는 것을 부족하지 않게 잘 전달했다. 흔들림과 불안함 속에서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나에게 아일랜드가 그랬다. 특히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흔들리던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흔들림과 불안함 속에서도 소소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영화 원스는 그라프톤 스트릿에서 한 남자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체코 출신의 여주인공과 첫 만남이 이루어진다. 그 후 그들은 함께 연주를 하게 된다. 피아노 가게에서 함께 연주한 노래(한국에도 잘 알려진 Falling slowly), 버스에서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노래, 어디서나 튀어나오는 그의 연주, 그의 연주에 맞춰 그녀가 부르는 'If you want me'처럼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이 참 좋다. 특히 그 곡은 그녀 목소리가 아니어선 안될 것 같다.

 

 

 

 

 

원스의 두 남녀 주인공이 처음 만난 더블린의 그라프톤 스트릿이다.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않다. 쇼핑점들이 들어서 있는 더블린 시티센터의 쇼핑 거리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곳은 버스커(거리의 음악가)들의 거리이기도 하다. Glen hansard,(영화 원스의 남자주인공이자 실제 뮤지션) Paddy casey, Demian rice 등과 같은 지금은 성공한 뮤지션들이 모두 이곳을 거쳐 갔다. 한국으로 치면 홍대 거리 같은 셈이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음악가들이 멋진 연주를 펼치고 있다. 아마 그들도 영화의 글렌한사드 처럼 청소기를 고치는 일을 하거나 해서 생계유지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나와서 연주를 한다. 돈을 구걸해서는 아니다. 역시 예술가는 열정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음악가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예술가들의 거리이기도 하다. 춤을 추거나,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는가 하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여러 예술 활동을 보여준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지루할 틈 없는 곳이다.

 

 

내가 처음으로 만난 아일리쉬는 호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30대 초반의 젊은 호스트 맘이였다. 다행히 이것저것 관심을 갖고 도와줘서 초반에 낯선 나라에서 자리를 잡고 정보를 얻는 데 많이 도움이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아일랜드에 대해 가졌던 첫 인상은 영화 원스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 듣는 영화라며 굉장히 궁금해했다. 노래로 유명해진 노래였기에 아일랜드 사람들에게도 유명할 것같았지만 오히려 내가 알고 있다는 것에 더 신기해했다. 영상을 보여주었지만 이렇게 영상미도 없고 등장인물들의 발음도 깨끗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인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런 영화가 정말 유명하단 말이야?" 약간은 부정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이 영화는 오히려 미국이나 한국에서 인디영화로서 크게 히트를 친 것 같다.

어쨌든, 원스의 그는 꿈을 좇아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두 남녀 주인공은 미묘한 아쉬움을 남기고 영화는 끝난다. 결국 남자주인공은 런던으로 떠나고 여자 주인공은 남편과 재회한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주인공에게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듯하지만 사랑은 결국 싹트지 않았다.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꿈, 목표, 음악이라는 주제에 충실한 것 같다. 또, 어떻게 보면 영상도 주인공들도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그라프톤 스트릿은 훨씬 경쾌하고 흥겨운 곳이다.

나에겐 예정 없이 지나가다 어느 버스커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 흥미로운 퍼포먼스가 늘 나를 잡았던 특별한 곳이다.